물방울 르네상스
2010-2011
이상재
article, 신수진
이상재는 영리한 젊은이다. 무엇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보장해주는지 잘 알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모나리자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같이 도저히 모르기 힘든 인물들이 등장 하는데, 낯선 신인 작가를 친숙하게 만드는 ‘문턱 넘기’전법을 잘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긴긴 역사의 시간으로부터 뒷배를 빌려온 작가는 또한 그 엄청난 권위의 무게를 지탱할만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이상재가 주목 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 무수히 많은 원, 원본의 변형, 반복되는 패턴, 자기 복제된 개체의 분열 과정은 독특할 뿐 아니라 유머러스하고, 한발 더 나아가자면 시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이상재의 사진은 르네상스 이후에 인간의 눈을 대신하게 된 기하학적 선원근법에 의해 제작된 회화로부터 근대 입체파의 시각을 거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다시점을 통한 해체와 재구성까지를 떠올리게 한다. 물방울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왜곡상 하나하나는 서로 다른 물방울의 크기와 표면장력에 의해 멈춰 서 있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각 경험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자 애쓰는 것은 부질없다. 분절적이고 다채로운 현대 시각 환경 앞에 놓인 우리가 그러하듯이, 그저 흐름에 나를 맡기고 순수한 감각적 즐거움에 몰입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