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단
2013
윤병주
















artist statement
나는 이태원, 우사단로 10길에 살고 있다. 그 길 중심에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우연히 사원 앞에서 물총을 든 아랍 소년을 보며, 나는 수많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카메라를 들고 종군기자인 마냥 좁은 골목길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어느 날 동네 가꾸기의 일환으로 그려졌을 괴상한 벽화 앞에서 무슬림 남자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절박한 마음을 담아 학교 과제를 운운하며 사진 한 장을 구걸하던 나에게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쓴 무슬림이 말을 건넸다. “그런데 너, 여자랑 섹스는 자주 해?” 순간 머릿속은 뒤엉키듯 복잡해졌지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당연하다고 둘러대고, 딱 한 번 셔터를 눌렀다.
이 작은 동네에서 나는 거대한 담론들과 코드화된 이미지 등을 분주하게 찾으려 했지만 사실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아니 어쩌면 애당초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역설하려 했던 그것들은 오히려 내 머릿속에만 있었다. 이제 나는 열혈 기자에서 구경꾼의 자리로 이동한다. 나는 그런 구경의 자세를 고수하며 알라딘의 요술램프와 서울 뚝배기를 섞어, 뚝배기를 비비면 지니가 나타나는 장면을 기다린다. 그것들은 특별히 서사적이거나 상징적이지 않다. 다만 불현듯 등장하는 실재(Reality)를 마주할 뿐이다.
이태원에서 비교적 비싸 보이는 비빔밥을 먹었다. 약간 시큼하긴 했지만, 맛이 없지는 않았다. 한참을 먹다 숟가락 위에 올라온 브로콜리를 발견했다. 잠시 무슨 생각을 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특별히 이상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뿐이다. 비빔밥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