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미 해수욕장
1998
신은경











artist statement
‘가마미 해수욕장’과 ‘기장 풍경’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바닷가 풍경 작업이다. 한국에는 네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고, ‘가마미 해수욕장’과 ‘기장 풍경’은 영광과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바닷가의 일상을 기록한 작업이다.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바다낚시를 즐기며, 연인들이 모래사장을 거니는 그런 낭만적인 바다 풍경과는 다름이 존재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방사능 누출 사고라든지 원자력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 때문에 근처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어 간다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상의 모습을 띤다. 여전히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발전소에 견학을 가고, 발전소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한다. 이것이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다.
‘가마미 해수욕장’과 ‘기장 풍경’은 단순히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과학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작업이다. 과학의 진보와 발전으로 인간은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얻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연과 인간 자신에게 가해지는 파괴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인간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바닷가에서 마냥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그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에서도 언젠가 오게 될 그 불안한 미래는 함께 공존한다.
‘가마미 해수욕장’과 ‘기장 풍경’작업 속엔 동그란 돔 형식의 형체를 가진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원자력 발전소는 바다를 찾는 사람들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자리잡고 있다. 가마미 해수욕장과 기장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은 즐거움을 위함이지만, 나에겐 우울함과 공포를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식 없이 즐기고 있지만 나는 그들의 몸, 손짓, 표정, 동작들을 통해서 그들이 서 있는 자리 너머에 존재할지 모를 두려움을 드러내고자 한다.
사진 속의 대상들은 단순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통해 재해석된 대상들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상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