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1974-1993
김녕만

















artist statement
고향은 어머니
그 이름 입속으로 불러보면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리움
춥고 시린 기억들이 더 많아도
간절하고 가슴 아릿하게 그리워지는
고향은 어머니 같다.
고향을 등질 때
동구 밖에서 손 흔드는 어머니를 돌아보다
돌부리에 차였던 발끝의 아픔이
새삼 통증으로 되살아나면
불쑥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고향길
그때마다 고향은 늙어가는 어머니처럼 허물어져 갔었다.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가 되었어도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어머니이듯
변해가는 풍경이 낯설고 섭섭해도
지난 추억의 파편을 주울 수 있는
그곳은 마음의 고향
아직 기억의 그물 속에선
앞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가 파닥이고
수박 서리하다 긁힌 상처가 쓰리고
얼음 지치다 동상 걸린 발가락이 간지럽다.
먼지 일으키는 버스를 좇아 괜한 달음박질 끝에
허기진 배를 안고 돌아서면
저녁밥 짓는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초가 굴뚝
추억으로 뜨개질해나가면
거기, 젊고 고운 어머니가
어릴 적 정다운 고향의 모습이
선명한 무늬 되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