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2014
강응규
















artist statement
학교에서 배운 것 – 유하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 중에서도 내가 살아가는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런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2013년 가을, 우연찮게 들어선 교정, 낯설었지만 낯익은 공간 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먹먹함이 가슴 깊이 밀려들었고 이윽고 무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공간이 무엇이기에 나에게 이런 감정이 생기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에서 나는 사진기를 들게 되었다. 나의 학창시절. 아침에 졸린 눈 부비며 일어나 씻고 옷 입고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 밖을 나서는 일이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알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슨 내용인지 모를 내용의 책들을 가방에 넣은 채 커다랗고 네모난 공간을 오가던 일들의 반복. 어려서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들. 그냥 그렇게 당연했던 일들이었다. 그 작은 세상 속에서 지루하지만 익숙한 시간에 아무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 죽이기. 그 속에서의 나는 배움의 기쁨과 참 의미를 알 지 못한 채 괴로움 받는 학생이었다.
학교란 무엇일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12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던 것일까?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배우는 숫자들. 도대체 누가 세워 놓은 지도 모를 가치판단의 기준들 아래에서 평가되고 판단되는 내 모습들. 나라는 존재를 알아주지 못하는 학교라는 그 공간 속에서 나는 외로웠다. 슬펐다. 제도권 교육의 피해자. 그러나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 없는 현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그 공간으로 돌아가 내 사진기에 담고 싶다. 그 공간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해지기보다는 무언가의 느낌과 감정들로 환유되기를 바란다.